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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스는 도발, 트럼프는 발끈…미래는 없었다

카말라 해리스와 도널드 트럼프의 토론은 미국정치의 진영 대결을 재차 확인한 자리였다.     해리스는 미래를, 트럼프는 과거를 향했다는 미디어들의 이분법이 나왔지만, 수긍할 사람은 많지 않다. 해리스도 미래 비전을 제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돋보였던 건 해리스의 토론 기술이다. 4년 전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의 토론에서 무참히 허우적거렸던 그가 아니었다. 몰라보게 향상된 그의 기술과 표정 연기력에 민주당 지지자들은 환호할 만했다.   대선 토론에선 표심을 정하지 못한 유권자들을 누가 더 많이 끌어오느냐가 관건이다. 트럼프가 싫지만 해리스도 불안해 보인다는 이에겐 ‘해리스가 돼도 나라가 망하진 않겠구나’ 하는 인상을 주는 것으로 충분하다. 반대의 경우엔 ‘트럼프가 재집권하면 첫 임기 때보다는 낫겠구나’ 하는 인상을 주면 성공이다. 이 측면에서 해리스가 착실히 득점을 올렸다고 볼 수 있다.   해리스는 트럼프에게 공격당할 만한 취약점들이 적잖았다. 민주당 내에서 지나치게 좌편향돼 있다는 점, 이를 의식해 뒤늦게 우측 깜빡이를 요란하게 켜대며 급차선변경을 해왔다는 점, 외교안보 정책에 성과와 식견이 부족하다는 점까지.   바이든 정부의 부통령으로서 가장 뼈아픈 질문은 사회자가 던진 “4년 전보다 미국인의 살림살이는 나아졌나”였다. 누구도 ‘나아졌다’고 할 수 없는 게 미국 경제의 현주소다. 해리스는 동문서답으로 회피기동을 하며 난데없이 부자 감세 프레임을 씌워 트럼프를 도발했다. 이게 누구의 득점인지, 실점인지는 보는 사람의 진영에 따라 갈릴 것이다.   사실 중도적 유권자에겐 둘 다 인기 없는 후보다. 해리스는 부통령으로서 국정 존재감이 낮았다. 대중적 인기를 누리지도 못했다. 인지 능력을 의심받은 바이든 덕에 대안부재로 선택된 후보 아니었나. 트럼프에 대한 진보층의 혐오감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런데도 콘크리트 지지층을 넘어선 외연 확장엔 별 관심이 없어 보였다. 심하게 말해, 둘이 다 못마땅하다는 유권자들에겐 맛이 간 음식과 불량식품을 놓고 골라야 하는 상황이나 다름없다.   그럼, 유권자들이 백악관을 맡길 리더에게 기대하는 최소한의 자질은 무엇일까.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이번 토론을 통해 두 후보 사이에 뚜렷하게 차이를 보인 것은 절제심, 안정감, 일관성 아니었나 싶다.   트럼프가 못마땅한 듯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가도 발끈해 언성을 높이는 장면이 몇 차례 있었다. 질문의 요점을 흐리기 위한 해리스의 도발 전술에 걸려들었을 때였다. 그 결과 트럼프는 자신의 강점이자 해리스의 약점인 불법 이민, 범죄, 전쟁 이슈에서 충분한 득점을 하지 못했다. 절제심과 안정감 면에서 오히려 감점 포인트였다.   그의 거칠고 과장된 표현 역시 중도층의 환심보다 혐오감을 살 법했다. 밀입국자들이 개와 고양이를 잡아먹는다고 하질 않나, 해리스가 되면 이스라엘은 2년 내에 망할 것이라고 하질 않나. 마음을 못 정한 유권자를 끌어들이기엔 적절치 않은 내용이었다. 집토끼를 열광시킨다고 산토끼를 불러오진 못한다.   사회자의 편파 진행도 해리스를 거들었다. 팩트 체크를 한다며 트럼프에게만 수차례 반박했다. 해리스도 여러 차례 사실과 다른 말을 했지만 가만 놔뒀다. 상대방의 허위 발언에 대한 검증과 반박은 각 후보의 몫인데도, 사회자가 노골적으로 한쪽 편을 들었다. 1대3의 토론이었다는 게 트럼프측 불만이다.   트럼프가 해리스에게 강펀치를 날린 건 마지막 마무리 발언 때였다. 이런저런 정책 공약을 내놓고 있는데, 정작 부통령 재직 때엔 뭐했냐는 힐난은 해리스를 무장해제시키고도 남는 말이었다. 발언 순서가 끝난 해리스는 방어할 틈이 없었고, 강펀치를 너무 늦게 날린 트럼프는 후속 공격 기회를 얻지 못했다.   공방전의 와중에 미래에 대한 얘기는 들을 수 없었다. 경제, 안보 정책을 어떻게 설계해 세계 최강국의 자리를 지켜갈지, 소득 양극화로 피폐해진 서민들의 생활수준은 어떻게 끌어올릴지, 젊은이들에게 아메리칸 드림의 희망을 어떻게 불어 넣어줄지. 불법 이민, 범죄, 인플레 등 미국인들이 겪는 고통을 서로 네 탓으로 돌린 채 해법은 아무도 내놓지 않았다.     한반도 문제의 경우 트럼프와 김정은의 관계를 희화화하는 수준에서 다뤄진 탓에, 정작 중요한 북핵 문제에 대해선 토론 하지도 못했다.   11일 CNN은 해리스가, 폭스5뉴스는 트럼프가 6대 4 정도로 우세했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각각 발표했다. 당파성이 강한 미디어들이므로 곧이들을 필요는 없다. 2020년 조지 플로이드 살해사건 직후, 불타는 폭동 현장에서 대체로 평화로운 시위가 진행되고 있다고 보도한 게 CNN이었다.     토론을 주최한 ABC뉴스도 친민주당 매체로 유명하다. 미국의 언론 감시단체인 미디어 리서치 센터의 분석에 따르면, 바이든 사퇴 이후 해리스에 대한 ABC의 보도는 100% 긍정적인 내용이었다. 반면 트럼프에 대한 보도는 93%가 부정적이었다. 미국 언론들의 대선 보도를 걸러들어야 하는 이유는 차고 넘친다. 남윤호 발행인해리스 트럼프 북핵 문제 카말라 해리스 도널드 트럼프

2024-09-11

[기고] 청룡의 해에 드리운 먹구름

정치 전문 매체인 폴리티코는 지난해 12월 13일 “트럼프는 내년 선거에서 승리하면 북한의 김정은에게 핵무기를 해체하라고 설득하는 것을 포기할 준비가 되어 있다”며 “이는 북한과 실효성 없는 핵무기 관련 대화에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더 큰 일, 즉 중국과의 경쟁에 집중하겠다는 의도”라고 전했다.     그런데 이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기본으로 하는 한미의 오랜 대북정책 기조에서 이탈하는 것이다. 결국 북한 핵을 인정한다는 것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런 의도를 간파라도 한 듯, 아니면 핵보유국으로 막강한 힘을 과시하듯 지난해 12월 26일부터 30일까지 열린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9차 전원회의의 마지막 날인 30일 “북남 관계는 더 이상 동족 관계가 아닌 적대적인 두 국가 관계, 전쟁 중인 두 교전국 관계로 완전히 고착됐다”고 말했다.     또한 “전쟁은 추상적 개념이 아니라 현실적 실체로 다가오고 있다”며 “유사시 핵 무력을 포함한 모든 수단과 역량을 동원해 남조선 전 영토를 평정하기 위한 대사변 준비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했다. 특히 핵보유국으로 ‘남조선 영토 평정’을 운운한 것은 선전포고와 다름없는 끔찍한 도발이다. 지금까지 평화통일 운운은 핵 개발을 위한 위장 쇼였고, 속내는 그것으로 적화통일에 몰두해 온 것임을 만천하에 드러냈다.   한국 정부에서 지난 30여년간 공들인 한반도 비핵화 노력이 백지화된 듯하다. 노태우 정권은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1991), 김대중 정권에서는 대북 화해 협력 정책 (햇볕정책), 금강산 관광(1998), 최초의 남북정상회담(2000), 6·15 공동선언, 경의선 복구, 개성공단 설립 등으로 노벨평화상까지 수상했다. 노무현 정권에서는 햇볕정책을 계승한 평화 번영정책, 첫 북핵 6자회담(2003), 2차 남북정상회담(2007)을 개최했다. 문재인 정권이 들어서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정책, 3차 남북정상회담(2018), 평창동계올림픽 남북공동입장(2018) 등 남북화해정책을 펼쳤지만, 북한은 이런 것은 아랑곳하지 않고 개성남북연락 사무소를 폭파했다(2020). 결국 북한은 핵 개발을 위해 남한의 진보정권을 이용했다는 의심을 사고 있다.   2003년에 북한의 비핵화를 놓고 첫 6자회담(남북한과 미·중·러·일)이 열렸다. 그 후 4년간 6차례 회담을 거쳐 2007년 10월 3일 북한의 비핵화를 끌어냈으나, 2009년 초 북한이 영변 핵시설을 다시 복구하면서 6자 회담 합의는 사실상 파기됐다. 김정은은 지난 몇 년간 대남 공격용 전술핵 개발을 공개 지시하고, 핵 선제공격을 헌법화했다. 지금까지 북은 입으론 ‘우리 민족끼리’를 말하면서 민족을 공멸시킬 핵무기 개발에 몰두해왔음을 알 수 있다.   진보 정부는 햇볕정책이라는 이름 아래 대북 퍼주기에 몰두했다. 지난 문재인 정부는 존재하지도 않는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를 대신 선전해주며 트럼프에게 보증까지 섰다. 결국 김정은이 “‘민주’를 표방하든, ‘보수’의 탈을 썼든 다를 바 없었다”며 역대 한국 정부의 모든 대북정책과 통일정책을 싸잡아 “우리를 붕괴시키겠다는 흉악한 야망”이라고 역공했다. 그 힘은 미 본토를 공격할 ICBM과 한국을 잿더미로 만들 전술핵의 완성이었다.   그런데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집권하면 북한의 핵무기를 해체하라고 김정은을 설득하는 것이 아니라 핵보유국임을 인정하고 추가 핵 개발은 막겠다고 하니 북핵 문제에 대한 무슨 해괴한 접근법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미 미 본토를 공격할 핵과 ICBM을 완성했는데 말이다.   '청룡의 해'는 희망과 새로운 시작, 변화와 혁신을 상징한다고 하는데 북한은 '청룡의 해'를 적화통일의 해로 여기는 것인지 한반도에 먹구름이 드리운다.   윤석열 정부는 북의 실체를 냉철히 파악하고 대북·통일 정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박철웅 / 일사회 회장기고 먹구름 청룡 북핵 문제 한반도 비핵화 대북정책 기조

2024-01-09

[발언대] 꿈인가, 환상인가, 아니면 망상인가

 지난 2018년 9월 남북정상회담에서 남과 북은 군사적 적대 행위의 전면 중지에 합의했다. 한반도의 항구적인 평화라는 희망을 갖고 판문점 선언을 발표했다.   꿈과 비전은 우리에게 분명 희망을 가져다준다. 그러나 아무리 화려한 꿈과 비전이 있다 하더라도 불가능하다고 판단되었을 때는 오직  환상일 뿐이요, 더 나아가 망상일 뿐이다.   누구나 원대한 꿈을 가지고 살아간다. 그러나  버릴 꿈이 있고 붙들어야 할 꿈이 있다. 꿈을 이루기 위래서는 현명한 지혜와 예리한 판단이 필요하지 않겠는가.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을 투옥했던 당시 조선 집권 세력과 같은 판단력으로는 희망의 꿈을 실현하는 것이  불가능하리라 생각한다.   평화의 꿈, 통일의 꿈…. 말만 들어도 마음에 평화가 다가오는 느낌이다. 하지만 북한의 핵 개발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전을 위협하고 국제사회에도 심각한 우려를 낳고 있다. 한국은 물론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북핵 문제의 근원적 해결을 위하여 노력하고 있으나 별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2018년의 9.19 남북 군사합의가 군사적 긴장 해소에 얼마나 도움이 될까?  9.19 군사합의로 모두가 평화의 꿈을 갖게 된다면  모두가 환영할 만 일이다. 하지만 여러 차례에 걸친 북한의 도발 행위 등 합의 위반 사례를 볼 때 상호 간 적대 행위를 전면 중지하겠다는 합의 이행은 지켜지지 않을 것 같다. 평화의 꿈은 애석하게도 환상으로  바뀌지 않았는가 하는 생각이 들 뿐이다.   9·19 합의 당시 비행금지 구역 설정 문제 등 북한의 얄팍한 속임수도 문제였다. 북한이 진정으로 평화를 원했다면 좋은 열매를 맺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북한은 여러 차례의 도발 행위로 약속을 어겼고 희망의 꿈은 망상으로 전락하지 않았나 싶다. 이행되지 않는 군사합의는 무용지물일 뿐이다. 아직도 한국의 9·19 군사합의를 두고 ‘희망의 꿈’이니 ‘환상’이니 갑론을박을 하는 모양이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 상대방을 알 만큼 알았건만 자기주장만 내세운다. 이제 정답을 찾아야 할 때가 되지 않았나.   현명한 정치인들이라면 여·야를 초월하여  정상적인 가치관을 바탕으로 행동해야 한다. 이기적인 욕망을 버리고  마음을 모아보자. 국가의 안보와 국민의 안전을 위해 현실적인 대책을 세워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된다. 백인호 / ROTC 1기 예비역 소위발언대 환상 망상 북핵 문제 남북 군사합의 합의 이행

2023-10-02

[노트북을 열며] 김정은과 오펜하이머

영화 ‘오펜하이머’를 보며 떠오른 사진 한 장. 2016년 3월 9일 북한 노동신문이 공개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현지지도 사진이다. 자신만만한 표정의 김정은 위원장이 손으로 가리키고 있는 건 동그란 공 모양 물체. 북한의 주장이 맞는다면,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에 탑재해 미국 본토까지 타격 가능한 작고 가벼운 내폭형 핵 기폭장치다. ‘오펜하이머’에서 맨해튼 프로젝트의 물리학자들이 오각형과 육각형의 고폭렌즈를 끼워 구(球) 모양으로 조립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김정은 위원장이 자랑한 내폭장치의 선배 격이다.   ‘오펜하이머’의 과학자들이 고폭렌즈 32개를 조립해 만든 핵폭탄의 이름은 ‘팻맨(fat man)’. 일본 나가사키(長崎)를 초토화했다. 2016년 북한이 공개한 내폭장치는, 그 주장이 사실이라고 가정하면, 약 72개의 고폭렌즈로 만든 것으로 추정된다는 분석이 나왔다. 김정은 위원장은 ‘오펜하이머’를 누구보다도 달뜬 마음으로 보지 않았을까.   ‘오펜하이머’는 적어도 한반도 38선 이남에 태어나 살아가는 우리에겐 단순한 블록버스터 영화일 수 없다. 미국의 핵으로 1945년의 광복은 앞당겨졌지만, 북한의 핵을 머리에 이고 살아가고 있는 게 2023년 현재 우리의 현실이다. 현실이 무섭다는 걸 자각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더 무섭다.   2016년 이후, 분명히 늘어난 건 북한의 핵물질과 핵능력밖엔 없지 않을까. 한국은 일관된 대북 정책 없이 정권에 따라 진자 운동과 정쟁만을 되풀이해왔다.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도 심각하지만, 정작 북핵 위협과 북한 인권 문제엔 꿀 먹은 벙어리가 되는 이들이 상당수다. 그사이 김정은은 열 살로 추정되는 딸 주애의 손을 잡고 미사일 시험발사 현장에 나타나고, 사실상 미사일을 ‘군사정찰 위성’이라며 정상국가 코스프레중이다.   로버트 오펜하이머(1904~1967)는 원폭 실험에 성공한 뒤, 힌두교 경전 ‘바가바드 기타’의 다음 구절을 되뇌며 자책했다고 한다. “나는 이제 죽음이요, 세상의 파괴자가 됐다.” 21세기의 파괴자를 꿈꾸며 독재 정권의 수명 연장을 꿈꾸는 김정은 위원장에게 오펜하이머가 했다는 다음 말을 전한다. “(핵폭탄을) 갖게되면 이 나라를 구할 수 있고 평화를 얻을 수 있으리라고 믿는 것은 대단히 위험한 생각이다”(‘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 635쪽). 북핵 문제는 이미 요단강과 삼도천을 건넌 듯한 절망의 영역으로 치부되곤 하지만, 그럼에도 그가 평양의 프로메테우스가 되지 않기를 바라는 희망의 끈은 놓지 말아야 할 터다. 전수진 / 한국 투데이·피플팀장노트북을 열며 김정은 오펜하이머 북핵 문제 로버트 오펜하이머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

2023-08-23

워싱턴 방문한 안철수 의원

  워싱턴을 방문한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11일 트럼프 대통령 재임 당시 국가안보보좌관 등을 역임한 존 볼턴 전 보좌관과 만나 북핵 문제 등을 논의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13일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북핵 대응을 위해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 필요성을 거론했다고 전했다.  안 의원은 "존 볼턴은 북한의 미사일 기술이 나날이 고도화되고 있는 것은 확실하며, 북한의 김정은이 핵을 포기할 전략적 이유는 전혀 없다고 판단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북핵의 근본적 해결책은 통일이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미국의 관리하에 전술핵 재배치를 하는 것도 좋은 북핵 대응 수단의 하나가 될 것이라는 개인적인 견해를 밝혔다"고 덧붙였다.   안 의원은 볼턴 전 보좌관이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이나 핵연료 재처리 기술 보유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한국이 먼저 요구해야 할 의제일 것이라고 했다"라고도 전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면담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정전협정 논의가 가을 중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했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핵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은 높게 보지 않았다고 안 의원은 밝혔다.   안 의원은 "대북 강경파로 잘 알려진 존 볼턴 전 보좌관은 저를 따뜻하고 친절하게 맞아줬다"며 "조만간 한국을 방문할 때 다시 만나자며 서로 연락처를 교환했다"고 덧붙였다.   9박11일 일정으로 미국을 방문중인 안 의원은 지난 9일 워싱턴에 도착했다. 지난 10일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 재단 아시아연구센터 동북아시아담당 선임연구원 및 스콧 스나이더 아시아재단 한미정책연구소장과의 만남으로 워싱턴 일정을 시작한 안 의원은, 11일 조현동 주미대사와 존 볼턴 전 보좌관을 만났고 버지니아 한인타운인 애난데일을 방문, 한인커뮤니티센터 등을 시찰하기도 했다.     의사, 프로그래머, 기업인 출신 정치인으로 지난 대선 당시 국민의 당 후보였다가, 막판 국민의 힘과 전격 단일화를 이뤄 사실상 윤석열 대통령 당선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 받는 안철수 의원은, 지난 3월 '국민의 힘' 당대표 선거에서 탈락한 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갑 국회의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박세용 기자 spark.jdaily@gmail.com안철수 워싱턴 북핵 문제 워싱턴 일정 방문 한인커뮤니티센터

2023-08-21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애틀랜타 강연회 성료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이 17일 애틀랜타를 방문해 현 한국 정부의 한·미·일 삼각동맹에 대해 비판적인 견해를 내보였다.   이날 애틀랜타 주민 100여명이 강연회에 참석했다.     정 전 장관은 이날 "우리는 독자적인 입장을 가지지 않고 미국 등 다른 나라 생각부터 한다"며 자국을 중심에 두고 주체적인 판단을 할 줄 아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일본을 경계해야 한다는 말 하기 위해 이 자리에 왔다"고 서두를 떼며 18일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의를 언급했다. 정 전 장관은 "한미일 삼각동맹이 구축될 것으로 보인다. 성급한 예단일지 모르지만, 이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미국의 전략"이라고 주장했다.     정 전 장관은 "우리는 북핵 문제 때문에 동맹 체제를 유지한다고 하지만, 아무리 미국에잘해도 미국이 우리 일을 먼저 해주지 않으며, 일본은 동아시아의 패권을 잡으려고 할 뿐"이라며 각국의 동상이몽 속에서 다각적인 국제 정치를 잘 이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 삼각동맹체제보다 중국, 러시아, 북한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방법도 고려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서 "국제 정치란 조폭의 세계와 같다"며 힘의 논리로 크게 좌지우지된다는 점을 역설, 미국 중심의 국제정치가 현재 기울고 있고 중국의 힘이 세지고 있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전 장관은 김대중, 노무현 정부 당시 통일부 장관을 역임했던 인물로, 박정희 정부부터 문재인 정부까지 7개 정부에서 국제 외교 관련해 여러 공직을 거친 바 있다. 윤지아 기자애틀랜타 정세현 북핵 문제 통일부 장관 강연회 성료

2023-08-18

"북핵 해법 어려워도 통일은 곧 올 것"

            성 김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 겸 주 인도네시아 미국대사가 워싱턴 한인들과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나눴다.   8일 코리안커뮤니티센터에서 열린 간담회에는 약 70여명이 참석했다. 간담회는 미리 준비된 참석자들의 질의에 김 대사가 답변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바이든 2기 행정부의 미북관계 기조는 어떠한가"라는 질문에 성 김 대사는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 능력은 매우 위험하므로 북한에 대응해 한반도 영토를 유지하고 지키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면서 “미국 자체 제재와 UN의 국제적인 제제에 맞춰 책임감을 갖고 세계 경찰처럼 일하도록 정부를 상기 시킬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의 제재가 효과적인가'라는 질문에는 “미국의 제재로 북한이 WMD를 통한 수익을 얻기 어려워졌으며 북한의 발사는 명백한 불법이므로 미국이 이에 대응 하지 않으면 북한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들에도 미사일 문제를 사실상 허용하는 격이 된다”고 설명했다.   '한국전쟁은 500만명 이상의 희생자를 야기했는데 평화통일에 대한 자신의 생각은 어떠한가'라는 질문에 성 김 대사는 “매우 동의한다. 우리(미국)는 두 국가의 협동과 대화를 지지하며 한국인들이 평화적인 방법으로 통일을 이루기를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정전협정 70주년을 맞아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꿀 가능성이 바이든 정부 때 가능할까"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확실히 'No'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북핵 문제에 중대한 발전이 없는 이상 평화협정이 언제 맺어질지는 예측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와함께 성 김 대사는 “북한 지도부는 계속해서 핵무기를 추구하는 것으로 확신한다. 나는 이것이 전략적인 전술이라기 보다는 북한이 계속 핵무기 추구에 집착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며 “북한이 잦은 미사일 발사를 하는 것은 다른 국가들에 자신들의 능력을 과시하기 위함"이라고 말했다. 또한 “북한 지도부에 드라마틱한 변화가 있을지에 대해 예측하는 것은 매우 조심스럽다”면서도 “통일은 이뤄질 것이며 다만 시기가 문제"라는 낙관론을 펼쳤다.      김윤미 기자 kimyoonmi09@gmail.com북핵 해법 북핵 문제 북핵 해법 인도네시아 대사

2023-02-08

평통 3분기 정기회의 및 통일 강연회

제20기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애틀랜타 협의회(회장 김형률) '정기회의 및 평화통일 강연회'가  8일 오후 6시 둘루스 1818클럽에서 개최됐다.    김형률 회장은 개회사에서 "통일은 우리의 염원이 하나하나 쌓여야 한다,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오는 행운이 아니다"라며 협의회의 중단없는 노력을 다짐했다.    이날 열린 3분기 정기회의는 '북핵 문제 해결과 한반도 평화·번영을 위한 담대한 구상'을 주제로 '통일의 5대 핵심과제'와 '통일에 대한 인식' 등을 논의했다.    참석자들은 통일에 대한 '정기회의 의견수렴 질문지'를 작성해 제출했다. 지난 1~3분기 재정보고도 진행됐다.    하인혁웨스트캐롤라이나 대학 경제학 교수는 '통일의 필요성과 경제적 효과'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하 교수는 통일에 대한 인식의 변화, 역대 정부별 통일정책, 통일의 경제적 효과, 발전방향에 대한 제언 순서로 강연을 이어나갔다.    그는 "전쟁을 직접 경험하고 그 기억을 간직한 80대 이상의 인구는 현재 대한민국 인구의 약 5%밖에 되지 않는다"며 "왜 통일을 해야 하는지에 다른 생각을 지닌 세대들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이에 따른 당위성의 변화, 통일의 경제적 요인 등에 대한 현 상황을 설명하며 "차이점을 인식하고, 오픈 마인드로 피드백을 수용하는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 다수의 국민이 통일을 원하지 않는 상황에서, 같은 주장을 반복하는 것보다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윤지아 기자정기회의 강연회 북핵 문제 평화통일 강연회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애틀랜타

2022-10-11

시카고 한인 주말 행사 모음

#. 일리노이 공화당 후보들, 한인사회 지지 당부   오는 11월 8일 선거에서 일리노이 주지사직에 출마한 대런 베일리 주 상원 의원을 비롯 연방 상원의원에 도전하는 캐시 살비 후보 등 공화당 소속 일리노이 선출직 후보들은 지난 1일 오전 9시 나일스 소재 론트리매너에서 공화당 나일스타운십위원회가 주최한 조찬 모임에 참석해 지역 유권자들을 만났다. 베일리(오른쪽) 주지사 후보와 살비 연방 상원 후보는 한인사회에 적극적인 투표 참여와 지지를 당부했다.     #.시카고 평통, 3분기 정기회의 개최   민주평통 시카고협의회(회장 이성배)는 지난 1일 오후 4시 윌링 소재 시카고 한인문화회관에서 ‘북핵 문제 해결과 한반도 평화∙번영을 위한 담대한 구상’이라는 주제로 2022년 3분기 정기회의를 개최했다.     #.장로성가단 2022 정기 연주회   시카고 장로성가단(단장 서정송)과 미주한인장로선교회(회장 임문상)은 지난 2일 오후 6시 윌링 소재 한인제일연합감리교회서 제 4차 모국 방문 순회 공연(10월 13~24일) 후원을 위한 2022 정기연주회를 개최했다. 황보라 지휘, 박경화 반주로 진행된 이날 정기연주회에는 총 3부로 나눠 열렸으며 시카고 권사합창단과 예울림여성합창단이 우정 출연했다.       #. 서로돕기센터, 제43회 보건전시회 주최   시카고 한인서로돕기센터(원장 김회연)는 지난 1일 오전 9시 시카고 플라스키길에 위치한 센터에서 ‘제43회 무료보건 및 무료법률상담 보건전시회’를 실시했다. 사진은 자원봉사자 김세은 간호사가 한 신청자에게 코로나∙독감 예방접종 서비스를 하고 있는 모습.   박우성 위원시카고 한인 북핵 문제 시카고 한인서로돕기센터 민주평통 시카고협의회

2022-10-03

[중앙 칼럼] '아시안 증오범죄' 예방 대책 급하다

세상이 어지럽다.   미국을 포함한 글로벌 경제 상황이 심상치 않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신냉전 시대가 도래하면 동아시아 정세에도 한파가 몰려올 수 있다. 잘 알려진 대로 대만과 한반도는 ‘동아시아의 화약고’로 지목된 지 오래다.   엔데믹이 된 듯했던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은 새 변이를 앞세워 세계 곳곳에서 재확산하고 있다.   경제 상황과 국제 정세, 코로나19 중 무엇 하나 단기간 내에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이 와중에 아시안 증오범죄가 다시 늘지 모른다는 걱정이 든다.   역사적으로 먹고살기가 팍팍해지면 그 화살이 이민자에게 돌아간 적이 많았다. 게다가 아시안 증오범죄를 저지른 이 중엔 홈리스, 정신적 문제를 안고 있는 이 등 사회적 약자가 많았다. 경기 침체가 걱정되는 이유다.   과거엔 아시안이 증오범죄의 대상이 되는 경우가 드물었지만, 지금은 다르다. 팬데믹으로 제방이 터진 형국이다. 불만 붙으면 언제든 타오를 수 있는 휘발성을 갖췄다.   미국과 중국의 경제 또는 군사 분야 대치가 강화될수록 아시아계의 불안감은 다시 증폭될 것이다. 북핵 문제로 미국의 안보가 심각하게 위협받는 일이 벌어져도 마찬가지다. 중국 우한이 코로나 팬데믹의 시발점으로 지목된 후 아시안을 대상으로 증오를 표출한 이들은 피해자가 어느 나라 출신인지 개의치 않았다.   캘스테이트 LA 산하 팻 브라운 인스티튜트는 최근 캘리포니아커뮤니티재단과 함께 지난해 말, LA카운티 아시안 1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를 공개했다. 이 조사에서 응답자 3명 중 2명 꼴인 66%가 증오범죄의 대상이 될까 두렵다고 답했다. 한인의 63%도 두려움을 드러냈다.   팬데믹 기간 중 인종이나 민족을 이유로 언어 또는 신체적 학대를 당하거나 재산 피해를 보았다고 답한 비율도 25%에 달했다.   전체 응답자 10명 중 8명은 팬데믹 기간 아시안 증오범죄가 매우 심각하거나 어느 정도 심각하다고 답했다. 한인의 70%도 이에 동의했다.   팬데믹 기간 실제 인종차별 피해를 경험했다고 답한 한인은 24%였다.   이처럼 설문조사 결과는 아시아계가 증오범죄로 얼마나 큰 타격을 입고 위축됐는지 보여줬다.   가주와 연방 정부가 아시안 증오범죄 예방책 마련을 위해 노력하고 있긴 하다. 지난해 아시안 증오 및 차별 퇴치를 위해 1억5600만 달러의 예산을 마련한 가주 당국은 지난 3월 1400만여 달러의 지원금을 80개 아시안 단체에 나눠줬다. 하지만 기금 지원이 아시안 증오를 없애는 근본적 대책일 순 없다.   인종, 성별, 국적, 종교, 성적 정체성 등에 따른 증오범죄는 오래전부터 존재했으며, 근절도 어렵다. 최선의 해결책은 아시안 증오란 정서가 어떤 과정을 거쳐 증폭되고 범죄로 이어졌는지 살피고 그런 일이 다시 반복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다.   증오란 감정은 갑작스레 생기기도 하지만 평소 마음속 깊은 곳에 똬리를 틀고 있다가 적당한 계기가 생길 때 고개 드는 사례가 많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총격을 받고 사망한 직후 일본의 SNS엔 “범인이 재일 한국인 아니냐”란 글들이 올라왔다. 일본에 사는 많은 한국인은 범인의 신원이 공개될 때까지 긴장을 늦추지 못했을 것이다.   아시안 증오범죄 증가로 많은 아시아계, 특히 노약자는 일상생활에도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특히 아시아계를 ‘미국의 영원한 이방인’으로 보는 시선은 미국에서 나고 자란 후세에게 큰 상처를 주고 있다.   아시아계 증오범죄와 싸우려면 타인종 커뮤니티와 연대해 아시아계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 그 출발점은 누구든 차별을 받고 증오범죄의 타깃이 돼선 안 된다는 당연한 주장에 공감하는 것이다. 효과적인 연대를 위해선 내가 아닌 다른 이를 향한 차별과 증오도 단호히 비판하고 함께 맞서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젠 아시안 증오범죄 발생 후 대응도 중요하지만, 예방책 마련을 위해 지혜를 모아야 한다. 세상이 더 어지러워지기 전에 말이다. 임상환 / OC취재담당·부국장중앙 칼럼 증오범죄 아시안 북핵 문제 아시안 증오범죄 기간 아시안

2022-07-12

'韓정상 첫참석' 나토행 윤대통령, 포괄안보·북핵공조 성과 낼까

'韓정상 첫참석' 나토행 윤대통령, 포괄안보·북핵공조 성과 낼까 '中 견제' 새 전략개념 채택…서방 밀착 속 반중·반러 프레임 줄타기 시험대 4년9개월만에 머리 맞대는 한미일 정상…尹, 북한 비핵화 메시지 발신 한일 독대 무산됐지만 정상화 물꼬 트나…릴레이 양자회담으로 '세일즈 외교'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오는 29∼30일(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를 무대로 치열한 외교전에 나선다. 취임 후 첫 다자외교 데뷔무대다. 한반도 문제와 국제 통상에서 중요한 파트너인 유럽을 상대로 협력을 강화하면서 북핵 문제에 관해서도 관심과 지지를 요청한다는 구상이다. 취임 50일여 만의 첫 해외 방문이자 한국 정상으로는 처음 참석하는 나토 정상회의에서 어떠한 성과를 낼지 주목된다. 윤 대통령은 나토 정상회의 참석차 이날 오후 출국한다. 부인 김건희 여사도 배우자 세션 참석 등을 위해 동행한다.   ◇ 새로운 '전략 개념' 채택…서방 밀착 속 반중·반러 프레임 줄타기 이번 정상회의는 러시아 우크라이나 침공과 미·중 패권 경쟁 격화 등으로 국제 질서가 요동치는 와중에 개최된다는 데 의미가 있다. 북미·유럽의 집단방위 체제인 나토는 사상 처음으로 한국·일본·호주·뉴질랜드를 '아시아·태평양 파트너국'이란 이름 아래 초청했다. 모두 중국과 같은 아시아·태평양 권역에 있으면서 미국과 동맹인 나라들이다. 이번 회의에서는 중국 영향력 확대에 대한 대응 방안을 담은 새로운 '전략 개념'(Strategic Concept)도 새롭게 채택할 계획이다. '옵서버' 자격이긴 하나, 한국의 나토 참석은 서방과 중·러간 '신냉전' 양상이 펼쳐지는 가운데 서방 진영과의 결속을 꾀한다는 것으로 해석될 소지가 크다. 윤 대통령은 '포괄적 안보'라는 이름 아래 나토 회원국들과 경제·인권·기술 등 다방면의 협력 강화를 통해 우리의 외교적 입지를 넓힌다는 구상이다. 나토와 실질적인 협력을 강화하면서도 반중·반러 전선에 본격 동참하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우려를 불식할만한 균형점을 찾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정상회의 기간 당초 거론됐던 일본, 호주, 뉴질랜드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나토 파트너국 정상과의 4자 회담이 안 열리는 쪽으로 가닥이 잡힌 것을 두고도 대중 강경노선을 견지해온 일본, 호주, 뉴질랜드와의 '밀착'이 자칫 윤 대통령의 반중(反中) 기조를 드러내는 것으로 오해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깔린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 北 비핵화 국제사회 공조 견인…4년9개월만 머리 맞대는 한미일 정상 윤 대통령은 이번 회의에서 북한 7차 핵실험 징후가 뚜렷한 가운데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강력히 촉구하는 메시지를 발신할 계획이다. 주목받는 무대는 나토 회원국·파트너국 공동세션 연설이다. 윤 대통령은 약 3분간의 연설에서 우크라이나 사태와 북한의 계속되는 무력 도발 등 국제적인 안보 위협을 평가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한국의 역할을 언급할 계획이다. 이는 북한 비핵화 문제에 대한 다자적 접근을 강화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 나토 정상회의 계기 4년 9개월 만에 열리는 한미일 정상회담에서도 북한·북핵 문제가 가장 주요하게 다뤄질 전망이다. 한미일 정상이 모두 바뀐 뒤 처음 마련된 이번 정상회담에선 북핵·미사일에 대한 '대북 삼각공조'를 재확인하는 한편, 북한을 향해 대화의 장으로 나서라는 메시지를 던질 것으로 점쳐진다. 한미일 외교장관이 지난달 28일 대북 공동성명을 발표하는 등 3국이 최근 대북 공조를 강화하는 와중에 정상들이 어떠한 결과물을 내놓을지도 관심이다. 다만 회담 예정 시간이 약 30분간으로 길지 않은 만큼 현장에서 구체적인 성과를 내기보다 앞으로의 협력 방안을 모색하는 '상견례' 성격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도 나온다.   ◇ 한일 정상 독대는 무산…관계 정상화 계기 될까 관심을 모았던 한일 정상회담은 어렵게 됐다. 다음 달로 예정된 참의원 선거 등 일본 국내 이슈와 맞물린 측면이 있다는 게 대통령실의 설명이다. 양국 정상이 큰 틀의 한일관계 정상화 필요성에 공감하는 것과는 별개로, 집권 자민당이 지지층 결집을 위해 한국 정부에 유화적인 태도로 전환하는 모양새를 부담스러워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양국 정상이 한미일 정상회담 등 대면할 기회가 여러 차례 있다는 점에서 관계 개선을 추진할 계기가 마련될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윤 대통령은 나토 정상회의 본회의, 한미일 정상회담, 스페인 국왕 주재 환영 만찬 등을 통해 기시다 총리와 최소 세 차례 이상 자연스럽게 대면할 예정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전날 "실무 레벨에서 강제 징용 문제 등에 대한 협의 모멘텀이 마련될 것으로 보고, 한일 셔틀 외교도 재개될 수 있다"며 "한일 정상이 안 만난다고 해서 한일 간에 문제가 있다고 비치는 것에 대해선 다른 견해가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 세일즈 외교도 박차…尹 "여러 정상과 수출 얘기" 대통령실은 이번 나토 참석의 또 다른 의미를 경제 협력에서 찾고 있다. 윤 대통령은 3박 5일간의 빠듯한 일정 속에서도 9개국 이상과 정식 양자회담 내지 약식회동을 소화할 계획이다. 원자력 수출(체코·폴란드·네덜란드), 반도체(네덜란드), 방위산업(폴란드), 재생에너지(덴마크) 등 국가별로 다양한 현안을 놓고 협력 방안을 모색한다. 윤 대통령도 지난 24일 출근길에 "유럽과 아시아 여러 정상이 오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다양한 현안들, 또 수출 관련 문제라든지 이런 것도 필요하면 얘기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aira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윤대통령 포괄안보 북핵 문제 나토행 윤대통령 나토 정상회의

2022-06-27

조태용 주미대사 11일 부임

조태용(사진) 주미한국대사가 11일 워싱턴 DC로 부임한다.   9일 주미 한국대사관 등에 따르면 윤석열 정부 초대 주미 대사인 조 대사는 지난달 17일 내정 발표된 지 3주여 만에 아그레망(외교사절에 대한 사전 동의)을 받아 ‘속전속결’로 업무를 시작하게 됐다.   통상 한 달 정도 걸리는 아그레망 절차가 신속하게 끝난 것은 한미동맹 강화에 대한 미국의 의지에 따른 것이란 분석이다.   지난달 출범한 윤석열 정부와 북핵 문제를 비롯해 한반도 및 글로벌 이슈에 대한 정책 조율을 본격화하는 상황에서 북한의 7차 핵실험이 임박했다는 징후가 계속 관측되는 것도 조 대사의 조기 부임 배경으로 풀이된다.   조 대사의 당면 활동도 박진 외교부 장관의 첫 방미 일정 수행 등을 통한 북한의 추가 도발 차단과, 북 도발 감행시 미국과의 공조를 통한 공동대응책 마련 등에 맞춰질 것으로 전망된다.   박 장관은 취임 후 처음으로 오는 12∼15일 방미해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회담을 한다.   앞서 한미 양국은 한미일 외교부 장관 공동성명, 차관 회담 등을 통해 북한의 최근 탄도미사일 발사를 규탄하면서 핵실험 등 추가적인 도발에는 강력히 대응하겠다면서 경고 메시지를 발신했다.   외무고시 14회 출신인 조 대사는 북미국장, 6자회담 수석대표인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외교부 1차관을 역임했으며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 겸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장 등을 지냈다. 장은주 기자미국 주미대사 북핵 문제 조태용 주미대사 주미 한국대사관

2022-06-09

Nathan Park 기자의 시사분석 K-배터리

최근 조 바이든 대통령은 방한 기간 중 한국 기업들의 미국 투자 유치에 많은 신경을 썼다. 북핵 문제를 둘러싼 한미 동맹을 보다 강화하는데 중점을 두면서도 미국내 일자리 유치에 기여할 수 있는 한국 기업의 대미투자에도 많은 공을 들였다. 수원의 삼성전자 공장을 방문하고 현대기아차 회장과 단독으로 만났다. 그 결과로 현대자동차가 조지아에 전기 자동차 공장을 설립한다는 공식 발표도 나왔다. 이와 함께 삼성 SDI가 인디애나주 코코모시에 배터리 공장을 설립한다는 뉴스도 소개됐다.     코코모시는 인디애나주 인디애나폴리스 북쪽에 위치한 조그만 도시로 오래 전부터 자동차 제조 공장이 위치했던 곳으로 유명하다. 예전에는 크라이슬러 공장이 있었고 최근에는 사명을 변경한 스텔란티스사가 이 지역을 대표하는 자동차 제조 시설이다. 적어도 인디애나에서는 한국의 창원으로 대표되는 자동차 공장 밀집 지역인 셈이다. 코코모라는 이름은 중서부 지역에 널리 거주했던 아메리칸 원주민 마이애미족의 추장 코코모에서 유래했다. 19세기 초에 북부 인디애나주에 살았으며 고집이 센 것으로 유명했다고 한다. 코코모는 또 '최초의 도시'라는 별명도 갖고 있는데 캔에 든 토마토 주스와 폰더로사 스테이크하우스, 최초의 실내 맥도날드 매장인 맥다이너 등이 모두 이 곳에서 시작됐다.   삼성을 비롯해 중서부 지역을 중심으로 가동 중이거나 설립을 추진 중인 한국 배터리 공장이 많다. LG는 GM과 손잡고 오하이오주와 미시간주에 공장을 갖췄다. LG는 이 두 지역 외에도 테네시에도 GM과 합작으로 배터리 공장을 짓고 있다. LG는 미국 자동차 공장과 합작으로 짓는 것 외에도 미시간주에 단독 공장을 세우고 배터리를 생산하고 있기도 하다. SK 역시 켄터키에 두 곳, 테네시에 한 곳의 배터리 공장을 포드와 합작으로 짓고 있다. 2025년과 2026년부터 이 곳에서 한국 배터리가 생산될 수 있다.     미국을 대표하는 자동차 생산업체인 GM과 포드가 모두 한국 업체들과 손을 잡고 자동차에 들어가는 배터리를 생산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공장들의 대다수가 중서부에 위치하고 있다. 미국 자동차 공장들이 전통적으로 미시간과 오하이오주에 다수 몰려 있고 최근에는 선벨트 지역인 조지아와 테네시 등으로까지 퍼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K-배터리 업체들이 중서부에 생산 설비 거점을 마련하는 것은 그리 어색하지 않다고 할 수 있다.     삼성이 인디애나주 코코모를 배터리 생산 지역으로 선정한 것도 스텔란티스 공장과 깊은 관련이 있다. 특히 자동차 배터리의 경우 주요 소재의 위험성 등으로 인해 장거리 운반이 힘들기 때문에 자동차 생산 거점과 가까운 곳에 위치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중서부 각 지방자치단체들은 한국 업체 유치를 위해서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하며 적극적으로 구애를 하고 있다. 삼성이 인디애나주 코코모에 진출할 수 있었던 것도 다른 지역에 비해 입지에 필요한 유연성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력 확보와 향후 확장 가능성 등에서 유리한 조건을 코코모시가 제공했던 것으로 보인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세금 크레딧과 교육 지원금 등 모두 1억8650만달러 이상의 혜택이 삼성에 제공됐다고 전해진다.     인디애나를 포함한 중서부 지역에 K-배터리 생산 거점이 지속적으로 생긴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를 위해 한국과 중서부 간의 인적, 물적 교류가 더욱 활발해지고 미래 성장 동력으로 불리는 전기 자동차 분야에서 한국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중요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아울러 러스트 벨트 지역에 K-배터리가 진출하게 되면 지역 경제에도 분명 플러스 요인이 될 것이다. 강성 노조와 비싼 인건비 등으로 인해 러스트 벨트가 예전의 영광을 놓쳤다고는 하지만 삼성과 같은 주요 기업을 붙잡기 위해 과감한 인센티브 제공 등으로 인해 유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Nathan Park 기자시사분석 nathan 북핵 문제 자동차 공장들 배터리 공장

2022-06-01

지도자는 여우처럼 교활하고 사자처럼 용맹하라

지도자는 여우처럼 교활하고 사자처럼 용맹하라   김건흡 MDC시니어센터 회원   국가지도자는 일신의 안녕과 정파적 이익을 위한 권모술수가 아니라 국가안위와 국리민복을 위해 냉혹한 결단을 감행해야 하는 숙명적 위치에  있다. 백성과 귀족, 군대의 신망과 충성을 받을 수 있는, 마키아벨 리가 제시한 군주상은 ‘여우처럼 교활하고, 사자처럼 용맹한’ 타입이다. 그가 통치자의 성공과 실패 사례를 상고해 본받으라고 하는 군주의 덕목과 통치술은 일단 도덕적 이성적 관념의 잣대와는 무관하다. 인류 보편적으로 소망스러운 것들이 아니라 인류의 실제 역사에서 반복되며  시현된 내용을 추출한 것일 뿐이다. 그가 주목하고 있는 것은 정치가 도덕의 문제로 환원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통치자가 도덕적이라고 해서 도덕적 사회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의 논의의 핵심은  통치술의 기본은‘냉철’해야 한다는 것이다.     비스마르크는 절묘한 외교술로 19세기 유럽의 세력균형을 주도하여 독일 통일을 이루어낸 인물이다. 그러나 그는 널리 알려져 있는 냉혹한 ‘철혈’의 이미지와는 다르게 실제로는 유연했고, 전쟁보다는 외교적 방법을 선호했다. 그가 치렀던 덴마크 전쟁과 프로이센-오스트리아 전쟁 그리고 1870년의 프로이센-프랑스전쟁은 독일 통일을 위한 전쟁이었지 독일 제국의 정복 야욕을 채우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 그는 전장에서 부상을 입고 불구가 된 참전 용사를 볼 때마다 가슴 아파했다. “전쟁터에서 죽어가는 병사의 멍한 눈빛을 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전쟁을 일으키기 전에 깊이 생각해야 할 것이다.”물론 목표를 위해서 불가피할 때는 전쟁도 불사했다. 그러나 그 전쟁도 적에게 필요 이상의 피해나 굴욕을 주는 일은 피했다. 프로이센의 빌헬름 1세는 즉위 초기부터 진보파가 장악한 의회와 종종 충돌했다.     그러다가 1862년 그가 군사력 증강을 목적으로 한 군제 개혁안을 마련하고 군비 확장 예산을 의회에 제출하자 의회가 이를 거부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그런데 알프레드 룬 등 왕의 측근 관료 들 중 그 누구도 이 문제를 제해결할 능력이 없었다. 룬은 대신 의회에 맞서 대립 사태를 해결할 적임자로 당시 파리대사로 있던 강경파인 비스마르크를 빌헬름 1세에게 천거했다. 빌헬름 1세는 룬의 제의를 받고 비스마르크의 강한 개성과 전권을 휘두르지 않을까 하는 불안 때문에 한동안 임명을 망설인다. 그러나 의회의 반대가 거세지자 빌헬름 1세는 비스마르크와의 독대를 통해 왕의 의지를 관철하겠다는 강력한 자세를 확인한 뒤 1862년 9월 비스마르크를 총리 겸 외무부 장관으로 임명한다. 비스마르크는 프로이센 의회 예산위원회에서 가진 취임 연설에서  그의 정책기조를  피력한다. "지금의 문제는 언론이나 다수결이 아니라 오로지 철과 피에 의해서만 해결될 수 있다." 이 유명한 연설로  그는 이후 ‘철혈 재상’의 별명을 얻게  되었다.     프로이센-프랑스전쟁은 프로이센-오스트리아 전쟁에서 승리한 프로이센의 비스마르크가 독일 통일을 마무리하기 위해 마지막 걸림돌인 프랑스를 제거하려고 일으킨 전쟁이었다. 전쟁의 직접적인 계기는 이른바 ‘엠스 전보사건’이었다. 7월 13일 아침 프로이센 국왕 빌헬름 1세는 휴양지 바트 엠스에서 수행원들과 산책을 즐기고 있었다. 이 때 프랑스 대사 베네데티가 빌헬름 1세를 방문해“스페인 왕위계승에 영구히 관여하지 말라”고 요구했다. 베네데티의 태도는 정중했지만, 요구한 내용은 빌헬름 1세가에게 모욕적인 것이었다. 이런 사실이 베를린에 있던 비스마르크에게 전보로 알려졌다. 비스마르크는 의도적으로 전보 내용을 자극적인 문투로 바꿔 공개했다. 프로이센 여론은 일개 프랑스 대사가 프로이센 국왕을 모욕했다고 분노했다. 프랑스 여론도 프로이센이 대국 프랑스의 요청을 무례하게 처리했다고 분노했다. 그렇지 않아도 비스마르크는 독일 통일을 위해 프랑스와의 일전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하고 있던 참이었다. 이미 국방개혁과 대외동맹을 성공적으로 이룬 프로이센은 프랑스와 전쟁을 하게 되면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다. 엠스 전보를 자극적으로 공개한 것은 독일 통일을 위한 비스마르크의 한  교묘한 함정이었다.   그런데 프랑스는 상황 판단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당시 프랑스 지도자는 1848년 대통령으로 선출됐다가 3년 뒤 쿠데타로 의회를 해산한 후 1852년 황제로 즉위한 나폴레옹 3세였다. 그는 국내정치 감각은 뛰어났지만 대외정책에서는 큰 삼촌 나폴레옹 1세를 따라가지 못했다. 나폴레옹 3세는 유럽 질서와 프랑스 국내정치를 주도하기 위해 자신이 프로이센 국왕보다 우위에 있다고 천명하고 싶었기에 프로이센에  먼저 전쟁을 선포했다. 나폴레옹 3세는 오스트리아-헝가리와 함께 프로이센 지배 하의 남부 독일 공국으로 진격해 독립시키려는 계획이었다. 나폴레옹 3세는 프로이센의 군사력을 과소평가했고 주변국의 태도를 오판해 프로이센이 보낸 신호를 한낱 엄포로 받아들이는 우를 범했다. 선전포고 이후 사태는 나폴레옹 3세의 기대와 전혀 다르게, 비스마르크의 계획대로 전개됐다. 1970년 9월 2일 프랑스 스당에서 나폴레옹 3세는 프로이센군에 대패해 포로가 됐다. 이런 와중에 프랑스에서는 혁명이 일어나 임시정부가 들어섰고, 10월경 프로이센군은 파리를 완벽하게 포위한다. 고립된 시민들의 생활은 추위와 식량부족 등으로 처참했다. 국민 총동원을 위해 내무장관 강베타는 열기구를 타고 필사적으로 파리를 탈출한다. 그러나 사분오열된 프랑스 국민은 무력하기만 했다. 12월부터 프로이센군은 매일 수천발의 포탄을 파리에 퍼부었다.     4개월 동안 굶주림과 추위에 지친 파리 정부는 결국 항복했다. 파리가 함락되고 몇 달 후인 1871년 5월, 프랑스 임시정부의 행정장관 티에르는 비스마르크와 베르사이유에서 만나 가조약을 맺고 강화했다. 그리고 30년 전쟁 및 나폴레옹 전쟁 때, 빼앗겼던 알자스와 로렌을 되찾아 독일제국의 영토에 병합했다. 더불어 전쟁을 개시한 프랑스에게 책임을 물어 50억 프랑의 배상금을 물리고 조약을 감시하기 위해 군대를 파리에 주둔시켰다. 빌헬름 1세와 비스마르크는 프로이센군이 파리 공략을 진행하는 동안 파리 교외의 베르사이유 궁전에 머물렀다. 프랑스는 임시정부를 구성해 전쟁을 계속 수행했지만, 결국 1871년 1월 수도 파리는 함락됐다. 1871년 1월 18일 북독일연방과 남부독일공국들을 합친 독일제국의 탄생과 빌헬름 1세의 독일 황제 즉위식이  프랑스의 유서 깊은 베르사유궁전 거울의 방에서 열렸다.     비스마르크의 대외정책은 오늘날 우리의 상황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미국 등 서방의 병력 지원 없이 외롭게 러시아군에 맞서 싸우는 우크라이나의 현실은 냉혹한 국제 안보 질서 속에서 ‘동맹’의 의미를 되돌아보게 한다. 중요한 것은 누가 우리의 주적이고  위험할 때 누가 우리를 도와줄 수 있는 나라인지 냉정하게 생각해 봐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과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공격에 대비한 한미 연합훈련 확대와 미군 전략자산의 전개 등에 합의했다. 양 정상은 ‘핵은 핵으로 대응한다는 입장도 밝혔다..‘깜짝 쇼’를 통해 북핵 문제를 해결했다는 환상으로 국민을 눈속임했던 한미 정권이 모두 바뀌면서 비로소 김정은 정권에 대한 상식적 대응이 재개됐다. 북핵이라는 눈앞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데 5년이 걸렸다. 지난 문재인 정권  5년 동안 동맹이란 단어는 사실상 금기어나 마찬가지였다. 그 대신 우리는 ‘평화’ 또는 ‘평화 프로세스’라는 말에 묻혀 살았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면서, 특히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방한을 계기로 그 ‘평화’의 자리에 ‘동맹’이 정권 교체를 이룬 것이다. 이번 한국 방문 때 바이든 대통령은 김정은에게 보낼 메시지가 있느냐는 질문에 “헬로, 끝”이라고 답했다. 예전처럼 북한 지도자를 달래거나 띄워주기 위한 보여주기식 만남은 없을 것이라는 얘기다. 김정은이 바이든의 인사말에 핵·ICBM 실험 외에 다른 반응을 보일 가능성은 희박하다. 미국, 한국, 일본이 이런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한마음으로 호흡을 잘 맞춰야 한다. 김지민 기자지도자 여우 북핵 문제 오스트리아 전쟁 덴마크 전쟁

2022-06-01

"문 통일정책 실패...윤 임기 중 위기 올 수도" 북한 전문가 박한식 UGA 명예교수 인터뷰

  1993년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하면서 1차 북핵 위기가 발생했다. 당시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 선제타격론이 나왔지만, 클린턴 대통령은 결국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을 북에 특사로 보냈다.       카터 전 대통령은 김일성 주석을 만나 북핵 문제를 논의했고, 이는 북미간 제네바 합의로 이어졌다.     카터 전 대통령의 방북 과정에서 큰 역할을 한 인물은 박한식(82) 조지아대(UGA) 명예교수다. UGA는 한반도 평화를 위한 박 교수의 연구 노력과 성과를 높이 평가해 박 교수의 이름을 딴 석좌교수직을 이르면 내년 마련할 예정이다.   박 교수는 1일 기자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최근의 한반도 정세에 대한 평가와 UGA 박한식 석좌교수의 역할에 대해 언급했다.     박 교수는 먼저 지난달 24일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로 인한 한반도 위기 상황에 대해서는 "너무 확대해석 하지 말 것"을 주문했다. 그는 "북한은 올해 1월 8차 전당대회에서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을 세우면서 안보를 충실하게 한다고 정책을 세웠다"라며 "갑자기 생긴 목적 때문이 아니라 (ICBM발사는) 이에 따라서 이행하고 있는 것이다. 근시안적으로 접근하면 안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임기를 다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통일정책은 실패했다고 혹평했다. 박 교수는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서 문 대통령이 좀 더 적극적으로 (개성공단·금강산 관광 재개를) 했으면 좋았었을 것"이라며 "처음엔 4·27 판문점, 9·19 평양선언으로 시작을 잘 해놓고, 이행을 하나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문재인 정부에 이어 "윤석열 당선인의 임기 중 오히려 한반도의 위기가 드리워질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윤석열 당선인은 북한과의 대화할 생각이 전혀 없는 듯 비쳐진다"라며 "강대강으로 가다보면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본다"고 우려했다.   박 교수는 "남북정부 간의 협상은 휴전 70년이 가까워지는 동안 아무런 진전이 없었다"라며 "이번에 UGA에서 석좌교수들이 채용돼 정부 밖에서 평화 통일과 관련한 건설적인 역할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말했다. 석좌교수직이 가동되면 박 교수가 만든 UGA 세계문제연구소(Glovis)를 중심으로 한반도 평화 연구, 국제회의, 출판 등 다양한 활동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된다.     박 교수는 카터 전 대통령 방북 당시를 회상하며 "전쟁이 일어날 수 있었던 상황"이라며 "그 과정에서 나는 북한에 카터 대통령을 초청시키도록 설득시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시 자신이 그랬던 것처럼 현재 남북·북미 관계의 위기 상황 속 석좌 교수들과 민간, 시민사회 등이 역할을 해 주었으면 한다고 기대했다.     박 교수는 또 남북통일을 위해서는 애틀랜타를 비롯한 미주 한인들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 세계 여론을 움직여야 남북통일을 이뤄낼 수 있다"라며 "세계의 여론을 환기 시킬 수 있는 게 바로 동포들이 할 수 있는 역할"이라고 역설했다.     박 교수는 특히 "애틀랜타는 미국 정치에 있어 지정학적으로 중요한 위치에 있다"라며 "애틀랜타 한인사회가 통일과 더 나아가 세계 평화를 위해서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UGA가 이번 석좌 교수 신설을 통해 앞장서게 됐으니 더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서울대 정치학과 출신으로 미국으로 건너와 아메리칸대학(석사)과 미네소타대학(박사)에서 공부한 박 교수는 1971년 조지아대 국제관계학 교수로 임용돼 44년간 교편을 잡고 한반도 문제 연구에 천착했다. 박 교수는 지난 2015년 교수직에서 퇴임한 뒤 지금까지 명예교수를 맡고 있다.   박재우 기자애틀랜타 박한식 북핵 문제 조지아대 명예교수 석좌교수 자리

2022-04-01

[기고] 대통령 선거와 북미 관계

 전쟁이 나면 진실이 먼저 사라진다. 한국의 대선은 어느 전쟁터 못지않은 진실의 무덤이다. 정치적 패배 이상의 운명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이런 전쟁터에서도 한국이 북한의 핵 위협 하에 살고 있음은 분명한 진실이다.   북한은 핵이라는 무기, 한국이라는 인질, 중국이라는 뒷배를 조합해서 한국을 비틀어 미국을 압박하는 전술을 구사한다. 미국의 제재가 풀리지 않으면 어느 단계에 가서는 남·북 군사충돌을 촉발시키거나 장거리 핵 미사일 능력을 과시하고자 할 것이다.   그런데 미국은 핵 보유를 전제로 한 북한의 협상전략을 거부하면서 북핵 문제를 ‘해결’이 아닌 ‘관리’모드에 넣었다. 지난 9월 바이든 대통령은 유엔에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진지하고 지속적인 외교를 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 입장대로 가겠다는 말이다.     내년 5월 새 정부가 취임하면 북한은 한·미의 양보를 끌어내기 위해 한반도 정세를 뒤흔들 기회를 노릴 것이다. 야심찬 국정 과제들이 안보위기의 블랙홀에 빠질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주도 역량의 관건은 ‘올바른 정책’과 ‘국론의 통합’에 달려있다. 정책선택의 여지는 많지 않고 통합의 길은 좁다. 거론되는 정책들의 줄기부터 살펴보자.   #대북 제재 완화 후 비핵화로 연결시키는 방안: 제재를 먼저 완화해주되 북한이 비핵화 행동을 보이지 않으면 제재 수위를 더 올리자는 것이다. 협상을 통해 충돌을 방지하면서 관계 개선과 장기적 해결을 도모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반대론자는 과거 유사한 시도들이 모두 실패했고, 더욱이 북한이 이미 핵 보유국이 된 상태이므로 북핵 위협 하의 굴종 상태를 고착시킬 뿐이라고 본다.    #미국의 ‘전략적 관리’ 정책에 맞추는 방안: 미국의 핵우산을 유지하면서 대북 제재를 계속하면 북한은 결국 핵을 포기하거나 붕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미·일 공조로 압박하고, 필요시 전술핵 재배치와 핵 공유도 추진하자는 주장이다.     그러나 반대론자는 핵 협상의 문이 닫히고 안보의 대미 의존을 심화시킬 것이라고 비판한다. 또 중국의 후원으로 북한의 붕괴도 요원하므로, 결국 한국은 북·미 교착의 인질로 살아갈 것이라고 본다.   #한국 자체의 핵 역량을 축적하는 방안: 미국의 핵우산을 유지하되 ‘무기화되지 않은 핵무기 체계’의 바탕을 만들자는 것이다. 일본이나 독일처럼 미국과의 동맹 하에서도 잠재적 핵 능력 구비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우선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라도 핵확산금지조약(NPT)이 허용하는 원전용 연료 농축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반대론자는 핵 확산을 우려하는 미국의 압박을 견딜 수 있냐고 반문한다.   그 어떤 길을 선택해도 국론이 통합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관련국들이 “너희 정책이 언제까지 갈 것이냐”며 내심 폄하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새 정부가 들어서면 으레 외교안보, 특히 대북 정책의 초당적 추진을 내세운다. 그러나 당파 논쟁의 주요 진원지인 북핵 문제의 ‘초당’은 구호에 그치고 만다. 과거 서독의 통독 정책이 성공한데는 연립내각이라는 정치구조가 작용했다. 그러나 우리의 정치 제도와는 거리가 멀다.   한국의 정치 상황에서 현실적인 길은 대통령 선거전에서 북한 핵 문제에 대한 토론을 활성화시키는 것이다. 치열하면서도 건설적인 토론을 통해 상호수렴 가능성을 모색해야 한다. 그렇게 국민의 이해를 높여야 선거 후 정부가 초당적 정책을 추진할 공간이 생길 수 있다.   바이든은 지난 7월 아프간 철군을 발표하면서 “아프간의 미래는 그들의 결정에 달려있다”고 했다. 한국은 비교 대상이 아니지만 그가 밝힌 ‘자기 운명 결정’의 원칙은 언제나 살아있다. 냉전 후 미국 대외정책의 도드라진 특징은 행정부마다 직전 정부의 결정을 뒤집는다는 것이다. 최근 ‘핵 선제 불사용’ 논쟁도 같은 맥락이다.     한국은 북·미 사이에 휘둘릴 만큼 힘없는 나라가 아니다. 단지 힘을 모으지 않을 뿐이다. 북핵에 대응할 ‘한국의 손’을 만들려면 대선을 국론 통합의 경로로 활용해야 한다. 송민순 / 전 외교통상부 장관기고 대통령 선거 북핵 문제 대북 정책 대북 제재

2021-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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